오늘은 길에서 주운 물건으로 만든 작품들을 통해, 낡음에서 피어난 새로운 예술의 순간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버려진 액자, 한 편의 시가 되다”
며칠 전 동네 골목길을 걷다가, 유난히 눈에 띄는 낡은 액자 프레임 하나를 발견했다. 나무가 갈라지고 금박은 거의 벗겨진 상태였지만, 그 안에서 묘하게 ‘무대’ 같은 느낌이 풍겼다. 마치 누군가의 기억을 담았던 공간이 이제 빈 무대처럼 텅 비어 있는 듯했다.
이 프레임을 집으로 가져와 가볍게 먼지를 털고, 배경에 낡은 패브릭 조각을 덧댔다. 오래된 자수 천과 단추, 그리고 빛바랜 엽서를 덧붙이자, 프레임 안엔 한 편의 짧은 시처럼 감성이 깃들었다. 누군가에겐 쓸모없어진 물건이, 나에겐 마음의 파편을 담는 예술 공간이 되었다.
‘버려진 프레임’을 활용한 이 작품은, 전시회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누구나 지나치는 평범한 것 속에 이야기가 있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깨진 유리조각, 빛으로 다시 태어나다”
길거리 공터에서 우연히 발견한 깨진 유리조각들. 원래는 유리창이었을까, 컵이었을까? 조각마다 모양도 색도 달랐지만, 그날 햇빛 아래서 반짝이던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순간, 그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조각들을 조심스럽게 모아 집으로 가져와, 모자이크 기법으로 작은 스탠드형 조명 커버를 제작했다. 투명한 유리 조각과 녹색, 푸른빛이 감도는 유리를 조합해 꽃잎처럼 배열했고, 그 사이사이엔 자투리 실리콘으로 이음새를 메웠다. 완성된 후 조명을 켜면, 마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방 안에 색색의 빛이 퍼졌다.
무엇보다 이 작업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유리 조각이 ‘위험물’에서 ‘빛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깨진 유리를 피하지만, 내가 만든 조명 작품은 사람을 그 앞으로 끌어들인다. 그 아이러니가 참 멋지게 느껴졌다.
“낡은 서랍, 기억을 담는 작은 정원”
한 번은 버려진 가구 수거장 앞을 지나가다가, 오래된 나무 서랍 하나를 발견했다. 손잡이는 부서지고 안쪽에는 오래된 먼지가 가득했지만, 이상하게 그 서랍이 ‘뭔가를 담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집으로 가져와 깨끗이 닦고, 서랍 안에는 다육식물과 자갈, 이끼를 심어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바깥엔 못쓰는 플라스틱 장난감과 구슬, 낡은 열쇠를 장식처럼 배치해 유년기의 잔상들을 한데 모았다. 이 작품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추억을 담아내는 하나의 상징물처럼 느껴졌다.
이 ‘서랍 정원’은 나중에 지인들의 요청으로 여러 개 더 제작하게 되었고, 때로는 선물로도 많이 주었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각자의 기억을 투영했다. 어떤 이들은 “할머니 집 장롱 냄새가 난다”고 했고, 어떤 이들은 “어릴 때 갖고 놀던 구슬을 떠올리게 된다”고 했다.
마무리하며
버려진 물건이라고 해서 반드시 끝난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거기엔 누군가의 손때와 시간이 고스란히 배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예술로 거듭날 수 있는 ‘감정의 재료’가 된다. 위의 작품 5개는 모두 길거리에서 주운 사소한 것들에서 시작됐지만, 내겐 작업실의 어느 비싼 재료보다도 더 강한 영감을 주었다.
쓰레기 더미에서 나만의 예술을 발견하는 일. 그것은 단순한 리폼이나 재활용이 아닌, 세상에 대한 시선을 바꾸는 연습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삶도, 한때 버려졌다고 느낀 순간들이 모여 결국엔 하나의 예술로 완성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