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있는 컵라면 용기, 망가진 우산, 다 쓴 립밤통… 다 예술이 됩니다. 오늘은 집에있는 쓰레기로 매일 창작을 도전하는 과정을 소개하겠습니다.
시작은 ‘도전’이 아니라 ‘놀이’였다
요즘,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자꾸만 창의적인 감각이 메말라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마트폰만 보다가 하루가 끝나고, 내가 만든 무언가에 손끝이 닿는 일이 참 드물어진 걸 느꼈죠. 그래서 저는 어느 날 문득, 아주 단순한 실험을 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매일 버리는 쓰레기로 하루에 하나씩 작품을 만들면 어떨까?”
거창한 예술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창작.
대단한 재료도, 고급 도구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책상 위, 싱크대 옆, 재활용 분리함 속에 있는 ‘버리기 직전’의 물건들이 제일 먼저 떠올랐죠.
컵라면 용기, 티백, 감자껍질, 망가진 볼펜, 포장지, 깨진 클립, 다 쓴 립밤 통…
누군가에겐 쓰레기지만, 저에겐 하루의 재료가 되었습니다.
첫날은 컵라면 용기로 연필꽂이를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 날은 망가진 우산의 천을 오려 펜슬 파우치를 만들었죠.
세 번째 날엔 다 쓴 치약통에 물감을 넣어 추상화 그림을 그렸고요.
그렇게 매일 아침 혹은 저녁, 15~30분 정도 짬을 내어 작은 업사이클링 아트를 해보는 습관이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놀이처럼 시작한 이 실험이,
어느새 저를 다시 ‘창작하는 사람’으로 이끌고 있었습니다.
‘쓰레기’라는 말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시간들
“이게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사실 이 도전을 시작할 때 제일 많이 들었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작품을 만들고 나서부터, 오히려 제 안의 질문이 바뀌기 시작했죠.
“왜 우리는 저걸 ‘쓰레기’라고 부르지?”
예를 들어, 다 먹고 난 컵라면 용기.
누군가는 음식물 찌꺼기 때문에 보기만 해도 찝찝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그 안에서 재미있는 동그란 형태, 투명한 질감, 가벼운 재료라는 특성을 발견했습니다.
이런 시선의 변화는 마치 ‘물건의 재발견’이자, 동시에 ‘내 사고방식의 재구성’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업사이클링을 통해 만들었던 작품 중 인상 깊었던 몇 가지를 소개해볼게요:
5일차: 티백 건조 후 안의 차잎으로 만든 미니 캘리그라피 배경지
8일차: 깨진 휴대폰 케이스 조각으로 만든 북마크 장식
13일차: 플라스틱 포장지에 유성펜으로 그림을 그려 만든 램프 쉐이드
20일차: 망가진 우산의 철사로 만든 미니 철제 조각상
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우유팩과 콘프레이크 상자를 이용한 미니 드로잉북입니다.
재료값은 0원, 하지만 저에게는 그 어떤 문구점 노트보다 특별한 책이 되었죠.
이 과정을 통해 저는 ‘버린다’는 행위가 단순히 공간 정리만이 아니라, 감정과 가치마저 버리는 일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어떤 물건에도 아직 ‘쓸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고, 우리가 그걸 감지하는 능력을 잃었을 뿐이라는 것도요.
창작은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매일의 감각이다
‘1일 1작품’이라는 루틴은 완벽할 필요도 없고, 대단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떤 날은 시간에 쫓겨 10분 만에 급히 마무리한 작품도 있고, 어떤 날은 정성스럽게 색감까지 고려하며 반나절을 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매일 그 작은 창작을 통해 내 일상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길을 걷다가 떨어진 포장지를 보면 ‘이걸로 뭘 만들 수 있을까?’
택배 박스를 뜯을 때 ‘이 골판지는 조형물에 쓸 수 있겠네!’
무언가를 버릴 때도 자연스럽게 ‘자원’과 ‘쓰레기’를 구분하게 되는 감각이 생겼죠.
창작은 거창한 도구나 예술 교육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일상의 시선을 바꾸는 훈련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좋았던 건, 기록의 힘이었습니다.
매일 만든 작품을 사진으로 찍고, 짧은 글로 남기면서
제 스스로의 감정 변화, 재료에 대한 관찰력, 창의력의 방향 등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조잡해 보이던 것들이 점점 나아지고,
내 손으로 만든 작은 결과물들이 내 마음에 은은한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 과정이 혼자만의 놀이가 아니라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메시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SNS에 하루 한 작품씩 올리기 시작하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달아주고,
“나도 도전해볼게요!”, “이건 우리 아이랑 해봐야겠어요.”
같은 응원을 주기 시작했거든요.
이 작은 도전이 ‘나만의 실험’에서 ‘함께 만드는 작은 운동’처럼 확장되는 경험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마무리하며
‘1일 1업사이클 아트’는 예술가가 되기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지친 나를 회복시키고,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기 위한 놀이였죠.
하지만 그 놀이가 어느새 제 삶에 깊은 울림을 주었고,
이제는 다시는 쉽게 ‘버리기’ 어려운 감각이 생겨버렸습니다.
하루 10분이면 충분합니다.
버리기 전에 잠시만 멈춰 보세요.
당신이 쓰레기로 여긴 그것, 어쩌면 오늘의 ‘작품’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당신 역시
‘창조적인 사람’이라는 본래의 본능을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