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드릴 내용은 버려진 액자 프레임이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작업 과정을 통해 변화하는 물건뿐 아니라, 창작자의 감정과 시선까지 함께 재생되는 경험을 나눕니다.
쓰레기였던 그 순간: 모든 것은 ‘무관심’에서 시작된다
작업실 구석, 쓰레기통 옆, 버려진 가게 앞…
제가 작업 재료를 찾는 장소는 늘 평범하고, 때론 지저분합니다.
이번에 제가 발견한 ‘주인 없는 물건’은 금이 가고 먼지 낀 오래된 액자 프레임이었습니다. 한쪽 모서리는 깨져 있고, 뒷면 고정 철판은 녹이 슬어 있었습니다. 누군가 보기엔 당연히 버려야 할 물건이었죠.
하지만 저는 그 순간 오히려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깨진 모서리, 바랜 색감, 낡은 나무 결에는 수많은 시간이 축적되어 있었습니다. 새것보다 훨씬 더 깊고 진한 ‘이야기’가 보였습니다. “이 액자에 무엇을 담으면 좋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죠.
이처럼 재생 예술의 첫걸음은 ‘버려진 것에 대한 새로운 시선’입니다.
쓸모없다고 단정짓기 전에 그 물건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상상해보는 것. 그것이 작업의 시작이고, 감정의 접촉점이 됩니다.
버려진다는 건 단순히 ‘오래됐다’거나 ‘고장났다’는 뜻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외면당했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저는 그런 물건들을 다시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액자를 작업대에 올려두고,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이 프레임이 다시 살아난다면, 어떤 형태로 세상과 대화할 수 있을까?
변신의 기록: 낡은 액자의 새로운 생명을 찾아서
액자의 원래 용도는 사진이나 그림을 담는 틀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틀 안에 ‘이미지’를 넣는 대신, 액자 자체를 주인공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오히려 프레임 그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와 구조물이 되도록 방향을 잡았죠.
우선 액자를 분해했습니다.
부서진 나무 틀은 접착제로 보강하고, 일부는 의도적으로 조각내어 조형적인 패턴을 만들었습니다.
프레임 내부에는 버려진 고장 난 시계 부품, 자판기 코인통 조각, 철망, 그리고 우연히 수집한 낡은 필름 조각을 배치했습니다.
각 부품은 아무 의미 없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혹은 오래된 기억의 파편처럼 보이게 의도했습니다.
작업을 하며 손끝은 거칠었지만, 마음은 묘하게 차분해졌습니다.
부서진 조각들이 하나둘씩 어우러지며 ‘형태’에서 ‘의미’로 옮겨가는 그 순간들이 마치 작은 기적처럼 느껴졌습니다.
색감은 자연 그대로를 살리기로 했습니다.
나무의 거친 결, 녹슨 철의 질감, 필름의 반투명함을 그대로 살려 ‘시간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자 했죠.
마감은 광택 없는 무광 바니시로 처리해 작품 전체에 차분한 분위기와 무게감을 더했습니다.
드디어 완성.
이전의 액자는 그저 ‘틀’이었지만, 지금의 그것은 자신만의 주제를 가진 하나의 오브제 예술품이 되었습니다.
감정의 변화: 물건도, 나도 함께 다시 태어난다
재생 예술의 진짜 핵심은 ‘결과물’보다 ‘과정’에 있습니다. 작업을 통해 변하는 것은 단지 물건만이 아닙니다.
그 물건을 바라보던 저의 시선, 감정, 삶에 대한 태도도 함께 변화합니다.
처음 그 액자를 주웠을 때 저는 ‘예쁜 쓰레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작업을 마친 후에는 그게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이야기를 기다리는 존재, 가치를 되찾을 기회를 놓쳤던 작은 역사처럼 느껴졌습니다.
작품을 완성하고 블로그에 올렸을 때, 댓글이 하나 달렸습니다.
“이 액자, 어쩐지 슬프고 따뜻해요. 저희 할머니댁에 있던 창틀 생각이 났어요.”
그 한 줄의 반응에 저는 벅찬 감정을 느꼈습니다.
제가 느낀 감정과 메시지가 타인에게도 전해졌다는 것, 그것은 이 작품이 단순한 물건을 넘어 ‘의미의 매개체’가 되었다는 증거였습니다. 이런 경험은 계속해서 제 창작의 동력이 됩니다. 재생 예술은 단지 오래된 물건을 다시 쓰는 일이 아니라,
나와 물건, 그리고 타인의 감정을 연결하는 창구가 되어 줍니다.
감정의 회복, 존재의 회복, 그리고 삶의 재해석.
그 모든 것이 이 작은 액자 하나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저는 믿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저는 계속해서 ‘쓰레기’라 불리는 것들과 마주할 것입니다.
그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시선, 새로운 생명을 발견하기 위해서요.
마무리하며
버려진 물건은 단지 자리를 잃은 존재일 뿐, 그 자체로 쓸모없거나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그 물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 그리고 그것을 다시 살려내려는 의지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재생 예술은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작은 액자 하나, 깨진 컵 하나, 찢어진 천 조각 하나가 우리를 감동시키고, 생각하게 만들고,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예술’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주변에도, 조용히 다시 살아날 순간을 기다리는 물건이 있지 않을까요?
한 번쯤 눈을 맞춰주세요. 그 물건의 Before는 끝이지만, 당신의 손끝에서 After는 이제 시작일 수 있습니다.